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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독서모임(28_정유정)

twenty 2021. 12. 21. 18:07

 

28_정유정

 

28_정유정

 

7년의 밤, 종의 기원, 그리고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보면서 정유정 작가는 정말 사이코패스 전문 작가라고 생각했다. 사실 종의 기원이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어서 기억이 뚜렷한데 진짜 사람이 저렇게까지 하는 건가 싶어서 역겨울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 앞 부분에 프롤로그를 보며 이번엔 좀 살인이 없는 책인가 기대했다. 사실 아무 정보도 없이 그냥 작가가 정유정 작가라는 정보 하나만 알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기대였다. ㅋㅋ 역시 사이코패스 전문 작가!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단 이틀, 이틀 만에 핸드폰 e-book 기준 800장 분량을 다 읽었다. 원래 다음 주 수요일까지 절반을 읽기로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전부 다 읽어버렸다.

마지막 작가의 말이 나는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구제역에 돼지를 살처분하는 동영상을 보고 이 책 구상을 시작하셨다고 했는데 나 역시 중간에 책을 읽으면서 개들을 살처분하는 부분에 인간들은 꾸역꾸역 격리하면서 살아나가는 데 개들에게는 격리의 기회조차 없이 생존의 기회조차 없이 죽어가는 게 너무 슬펐다.

 

마크 롤랜즈는 그의 저서 《동물의 역습》에서 평등을 이렇게 정의했다. 도덕과 무관한 특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종의 다름이 인간과 동물의 취급 차이를 정당화할 수단이 되는가? 유구한 세월에 걸쳐, 인간의 영혼에 깊이 스며든 동물에 대한 도구적 관점에 던지는 질문이었다. 그해 겨울, 그러니까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들이 생매장을 당하던 '충격의 겨울'이 없었다면 나는 그의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원히 (28_정유정, 작가의 말)

 

 

책을 덮으면서도 사실 나는 28일간의 전염병 생존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인간과 동물이 모두 감염이 되는 상황에서 인간은 덜 존엄을 받고 개들을 전혀 존엄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 그 와중에도 기준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죽인 '검은 개' 하나만을 바라보며 모든 개들에게 적대적으로 군다. 사람으로 치면 살인범도 모르는 채로 같은 종족이라는 이유로 인간을 살해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스타와 링고가 죽는 장면에서는 책을 읽는데도 눈물이 났다. 그 처절함이 문자로도 너무 뼈저리게 느껴졌다.

윤주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익명의 제보를 받고 재형의 과거를 기사로 쓴 것도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것도 기자로서 해야하는 마땅한 일을 했다. 하지만 그 진실의 이면에는 그렇게 했어야만 하는 일련의 이유들이 있었고 또 그러한 과거를 지나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한 분은 인간관계가 간단하지 않고 모든 일들이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정황을 충분히 보고 지켜봐야한다고 하셨다. 가끔은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한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고 하시는 말을 듣고 또 하나 배웠다.

 

이번에 정유정 작가님이 또 새로운 책을 내셨다. 2~3년마다 이렇게 완벽한 책을 매번 만들어내시는게 경이로울 따름이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이렇게 세 권이 악의 3부작을 끝내고 이제 욕망의 3부작을 만들고 있다. 이번에도 뒷덜미가 서늘하다고 한다. 폭염 전문 작가님..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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